유도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 무도이자 스포츠입니다. 하지만 그 출발점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유도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유도는 일본의 전통 무술인 유술(柔術)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근대 체육교육의 형태로 재정립한 인물이 바로 ‘가노 지고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도가 어떻게 탄생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현대 스포츠로 발전했는지, 그리고 강도관 유도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일본 무술의 뿌리, 유술(柔術)의 시대
유도의 뿌리는 일본의 고대 무술인 ‘유술(柔術, 주짓수)’에서 시작됩니다. 유술은 무기 없이 적을 제압하기 위한 체술로, 주로 무사 계층 사이에서 발전했습니다. 중세 일본에서는 전쟁 중 무기를 상실했을 때 적을 제압하기 위해 손과 발, 관절기, 메치기 등을 사용하는 다양한 유술 유파가 형성되었습니다.
이 무술은 전쟁이 끝난 에도 시대(1603~1868)에도 무사들의 정신 수양과 자기 방어 수단으로 계승되었지만, 메이지 유신 이후 서구식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유술은 점점 구시대의 산물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서양 체육을 중심으로 교육제도를 바꾸기 시작했고, 유술은 학교 교육 현장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그러나 바로 이 시점에 유술의 전통을 보존하고, 이를 현대적인 교육 체계 안에 녹여낸 인물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가노 지고로’입니다.
가노 지고로의 유도 창시와 철학
가노 지고로(嘉納治五郎, 1860~1938)는 일본 고베 출신으로, 어릴 적 체격이 왜소하고 잦은 괴롭힘을 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무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는 여러 유술 유파를 직접 수련하며 기술을 익히는 동시에, 교육학과 철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상대를 쓰러뜨리는 무술이 아닌,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함께 단련할 수 있는 무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1882년, 가노는 도쿄 에이시지 사원에 12평 남짓한 공간을 빌려 ‘강도관(講道館)’이라는 도장을 설립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새롭게 체계화한 무도를 ‘유도(柔道)’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유술의 실전 기술을 일부 정리하고, 상대방과 자신의 안전을 고려한 기술 위주로 재구성하였으며, 여기에 ‘정력선용(精力善用)’과 ‘자타공영(自他共栄)’이라는 유도 철학을 더해 스포츠와 교육을 결합한 새로운 무도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 정력선용(精力善用):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
- 자타공영(自他共栄): 자신과 타인이 함께 번영하는 것, 협력과 공생의 가치
이러한 철학은 당시 일본의 근대 교육 정신과도 맞닿아 있었으며, 유도는 단순한 무술이 아니라 ‘도(道)’를 추구하는 교육 수단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됩니다.
강도관 유도의 발전과 스포츠화
가노 지고로가 설립한 강도관은 유도의 중심지로 급성장하였습니다. 초기에는 제자 수가 적었지만, 유술 유파와의 시합에서 연전연승을 거두며 명성이 퍼졌고, 일본 전역에서 제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886년 도쿄경시청 주최로 열린 유술과 유도 간의 공개 대결에서, 강도관 유도는 대부분의 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유술보다 우월한 체계로 인정받게 됩니다.
이후 유도는 일본 교육 시스템에도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으며, 학교 체육과 군사 교육에서도 널리 채택되었습니다. 특히 가노 지고로는 문부성(현 문부과학성)에서 교육자로 활동하며, 유도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강도관 유도는 단순히 실전 기술에만 머물지 않고, 규칙을 통한 경기화, 벨트 체계 도입, 승단 제도 확립 등을 통해 무도이자 스포츠로서의 구조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는 후에 유도가 국제 무대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으며, 가노 지고로는 1909년 일본인 최초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면서 유도의 세계화에도 앞장서게 됩니다.
결론: 유도를 단련하고 이해하는 또 하나의 길
유도는 단순한 격투기가 아닙니다. 유도는 상대방을 이기는 것보다 자신을 단련하고, 나와 타인의 공존을 추구하는 철학이 담긴 무도이자 스포츠입니다. 가노 지고로는 일본 전통 무술을 현대 교육 시스템과 접목시켜 유도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으며, 그의 철학과 체계는 오늘날에도 전 세계 도장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도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단지 기술만이 아닌 그 철학과 역사도 함께 이해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